고장 없이 가는 세월
고장 없이 가는 세월
아침이 되면 해는 어김없이 떠오르고,
저녁이 되면 아무 미련도 없다는 듯 다시 저문다.
그 단순한 반복 속에서
우리의 하루는 늘 조용히 사라진다.
주머니 속 몇 푼의 동전처럼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다 보면
어느새 일주일이 훌쩍 지나가 있다.
세월이란 참 묘하다.
내 인생을 데리고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은 채
앞만 보고 묵묵히 나아간다.
마치 고장 난 벽시계 노랫말처럼
아무리 떠들고, 아무리 불러 세워도
세월은 고장 나지 않는다.
고물상 한켠에는
멈춰버린 벽시계가 수북이 쌓여 있어도
고장 난 세월은 단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이렇게도 성실한데,
그 세월을 따라가는 내 몸은
왜 하나둘씩 삐걱거리기 시작하는 걸까.
어제까지 아무렇지 않던 곳이
오늘은 이유 없이 아프고,
마음도 예전처럼 가볍게 움직여주지 않는다.
흐르는 세월을 잡을 수 없듯,
스쳐 가는 바람과 구름을 붙들 수 없듯,
내 인생 역시 그렇게
흘러가도록 두어야 하는 것일까.
그 사실을 알면서도
마음 한켠은 자꾸만
지나간 시간에 머문다.
그래서 오늘,
나는 내 안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슬슬 고장이 나기 시작한
중고품 같은 이 몸 안에
아직도 꽉 차 있는
고집과 욕심을 하나씩 꺼내본다.
더 이상 꼭 쥐고 있을 이유 없는 것들을
세월 속으로 흘려보내기로 한다.
세월을 이기려 하지 않고,
세월을 원망하지도 않고,
그저 함께 흘러가기로 마음먹는다.
조금 느려도,
조금 낡아도,
이렇게 숨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
오늘은 충분하다고 말해본다.
세월은 오늘도 고장 없이 간다.
그리고 나는,
그 세월의 속도에 맞추어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낸다.
202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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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좋은 글> 中에서-
>이미지 출처 -<무료 및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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