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기 속을 걷다
향기 속을 걷다너와 내가말없이 걷는 이 아침,햇살은 고요히 우리의 어깨 위에 내려앉고바람은 조심스레 우리 사이를 스친다.아까시아 꽃잎이 떨어지는 길목,너의 숨결과 내 숨결 사이로은은한 향기가 흐른다.그건 꽃의 향기였고,또한 너와 내가 만든 기억의 냄새였다.우리의 걸음은 아주 느리지만그 속엔 오래된 기다림과말하지 못한 마음이 실려 있다.그리움은 향기가 되어피어오르고,우리 사이를 맴돈다.너의 눈길이 나를 스치고,그 순간 바람이 너의 머리카락을 흔든다.그 향기 속에서 나는너를 다시 사랑하게 된다.아니,사랑하고 있었음을조용히 깨닫는다.풀잎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봄날의 기척처럼너와 함께 걷는 이 길은아무것도 하지 않아도충분히 아름답다.말 없이 마주한 꽃향기처럼,우리의 마음도 그렇게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