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이름

​익숙한 이름

​사랑도 계절과 같아서, 뜨거운 여름이 지나면 서늘한 가을이 오고 이내 고요한 겨울이 찾아옵니다. 한 사람과 오랫동안 마음을 나누다 보면, 처음의 그 숨 막히던 떨림은 어느새 차분한 편안함으로 내려앉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익숙함'이라 부릅니다.

​하지만 그 잔잔한 호수 같은 일상에 돌멩이 하나가 던져질 때가 있습니다. 바로 '새로운 사람'의 등장입니다.
​그 낯선 존재는 마치 잊고 지내던 봄바람처럼 다가옵니다. 눈이 마주치면 심장이 다시 뛰고, 사소한 대화에도 묘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그 찰나의 설렘은 너무나 강렬해서, 지금 내 곁을 지키고 있는 오래된 연인을 지루하고 빛바랜 존재로 착각하게 만듭니다.

​"이게 진짜 사랑이 아닐까? 지금의 연애는 식어버린 게 아닐까?"
​그 달콤한 착각에 빠져, 결국 우리는 가장 어리석은 선택을 하곤 합니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 나의 허물조차 안아주던 그 따뜻한 손을 놓고, 낯선 설렘을 향해 발걸음을 돌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은 공평하고 냉정합니다. 새로운 사람과의 사랑 또한 계절의 법칙을 거스를 순 없습니다. 뜨거웠던 열정은 식어가고, 그토록 신선했던 그 사람의 말투와 표정도 결국엔 다시 '일상'이 되어버립니다. 설렘의 유효기간이 끝난 자리에는, 또다시 익숙함만이 덩그러니 남습니다.

​그제야 우리는 깨닫습니다. 내가 버린 것은 지루함이 아니라, '안식처'였음을.
새로운 자극에 눈이 멀어, 나를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게 해주던 그 사람의 소중함을 놓쳤다는 것을 말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심장이 터질 듯 뛰는 순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눈빛, 함께 있는 침묵조차 어색하지 않은 공기, 꾸미지 않은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그 편안함 속에 진짜 사랑이 숨 쉬고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찰나의 설렘에 속지 마십시오.
새로운 것은 언제나 짜릿하지만, 영원히 새로울 수는 없습니다. 지금 당신 곁에 있는 그 익숙함이야말로, 긴 시간을 돌고 돌아야만 얻을 수 있는 가장 깊고 단단한 사랑의 증거입니다.
​익숙함에 가려진 그 소중한 보석을, 부디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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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좋은 글> 中에서-
>이미지 출처 -<무료 및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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