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의 술잔
내 아버지의 술잔 내가 어렸을 땐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큰 산이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세상을 알아 갈 때쯤 무서운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그 알 수 없는 바람은 내 가슴까지 불어 눈물을 날리고 그저 의무감으로 무의미한 아버지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세상을 좀 더 알았을 때 세상은 내가 원하는 데로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도 상처가 되고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아도 상처가 되는 것을 아직 다 하지 못한 말 풀어버리지 못한 벽장 속 이야기를 꺼내놓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또 원하지 않는 상처일 뿐이라는 것을 알기에 어느 날 당신이 홀로 앉아 술잔을 기울일 때 나는 알았습니다 그 흔한 김치 한 조각 당신 술잔과 동행하지 않는 것을 그것은 당신이 원하는 것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