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노인의 요양병원 일기
어떤 노인의 요양병원 일기 열심히 살 때는 세월이 총알같다 하고 쏜 화살 같다 하건만 할 일 없고 쇠하니 세월 가지 않는다 한탄이 시더이다 정신 맑으면 무엇하리요 자식 많은들 무엇 하리요 보고픔만 더 하더이다 차라리 정신 놓아 버린 저 할머니처럼 세월이 가는지 자식이 왔다 가는지 애지중지 하던 자식을 보아도 몰라보시고 그리움도 사랑도 다 기억에서 지워 버렸으니 천진난만하게 주는 하루 세끼 간식만이 유일한 낙이더이다 자식 십 여 남매 있음 무엇하리요 이 한 몸 거할 곳 없더이다 아들 딸 자식들 유명 인사 무엇하리요 이 한 몸 갈 곳 없어 여기까지 흘러 흘러 왔더이다 허리띠 졸라매고 최고학벌 자랑하며 고생도 보람으로 알고 자식 뒷바라지 했든 들 무엇 하리요 작디작은 이한 몸, 자식 아닌 사람 손에 매인 것을..